책을 빌려간 이에게 향한 속마음

– 꼭 돌려줘야 합니다. 한 두주면 충분하죠? 내가 혹 잊어버리더라도 알아서 돌려주세요.
– 두어달이 넘었어도 안 읽었다면 앞으로도 안 읽을 거니까 그냥 줘요.
– 읽던 자리 표시하려고 귀퉁이 접지 마세요. 책 표지 버리지 말아요.
– 과자 부스래기 중간에 안 끼게 하고, 라면 국물 튀기지 말아요.
– 참고서가 아니니 밑줄 안 쳐도 됩니다. 침발라 넘기기 말아요 (장미의 이름으로 응징하는 수가…)
– 냄비 받침은 물론이거니와 컵라면 뚜껑 누르개로 쓰지 말아요.
– 가격 얼마 안하는 만화책이라고 소홀히 다루지 마세요. 만화책이 절판되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물론 가까운 사람에게는 그냥 말한다. 그리고 물론 안 가까운 사람은 책을 빌려갈리가 없다.
그러나 애매한 거리에 있는 경우, 쫀쫀하게 보여질 것 같아서 혹은 그 사람을 책을 소홀히 다룰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처럼 느끼게 만들까봐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는 그 사람이 내 마음과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길 바란다. 긍정적으로 검증된 경우 다음번에는 기꺼이 빌려주고 싶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다른 사람도 읽게 빌려주고 싶다.

두고두고 생각나며 다시는 그런 경우를 만들지 말아야지 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안 가까운 사람이었고, 어쩌다 보니 우리집에서 커피를 한잔하게 되었는데 시간이 흘러 저녁때가 되어 저녁을 같이 먹게 되었고, 우리 내외와 차에 밥까지 먹으니 가까워졌다고 여겼는지 본인 마음에 드는 책을 뽑아들고 빌려가겠다고 하였다. 그 상황에 안 빌려준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 사람은 그 책 두권(?)을 가져가서 3년이 지난 지금도 소식이 없다.

내가 그 책을 너무너무 아끼는 책이라 일년에도 수차례 읽는 것이냐하면 그건 아니다. 그렇더라고 그 ‘딥스’는 꼭 가지고 있고 싶은 책이긴 한데 그렇다고 새로 사기도 그렇고…
새로 사도 그 판본은 절판되서 원래 느낌이랑 다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모모씨 이 글을 볼리는 없지만 책 돌려주시오…

1 Comment

  1. 헉, 저는 이모모씨가 아닌데도
    저 책이 집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깜딱 놀랐스므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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