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잠도 안 오는 김에 지난 4주를 돌아보며 기록을 남기기로 한다.

첫주에 대한 첫 기억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고역이었다는 점. 아직은 8시 반 전에 출근을 계속 지키고 있지만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같이 시작하는 사람들 중에 팀이 안 정해져서 방황하는 사람은 혼자였기에 좀 외로웠다. 그러나 제한된 범위이지만 팀을 골라서 간 셈. 두번째 주가 끝나갈 때 지금 팀을 만나게 됨. 세번째 주는 새로 자리를 옮겨서 신입사원의 자세로 열심히 공부. 이번주도 역시 공부. 그러나 약간 덜 열심히. 그리고 오늘 첫 코드 submit. 임시 출입증을 정식 출입증으로 교체. 뉴욕지부 회사 티셔츠 수령. 그리고 다음주는 목금요일 휴가.

졸업

6년은 상당히 긴 시간이다. 대학4년 보다도 길다. 중학교 3년도 길고, 고등학교 3년도 길지만, 6년은 그것을 합친 만큼이다. 막 서른이 되었을때만해도 아직 인생은 넉넉히 남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지만도 않다. 거의 정확히 6년 차이이지만 체감하는 시간은 한 10년쯤 되는 것 같다. 그 동안 친구들은 다들 제 갈길을 꾸준히 가고 있었고 난 어쩐지 계속 그 자리에 있었던 느낌도 든다. 나는 이제 새자리에서 또 시작하니까. 곧 절차가 마무리 되면 학위를 받을 것이고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기쁘지만, 그게 아주 자랑스럽다는 느낌은 안 든다. 뛰어나지 않은 성적을 받아준 학교, 사연있게 정해진 지도 교수님, 어쩌다 하게된 연구 거리, 당연히 내 수고도 있었겠지만, 학위는 시간을 들이면 받을 수 있기 마련인것이다. 보통 5년 하는 것을 일년 더 했으니 서두른 마음 만큼 빨리 마친것도 아니다. 그래도 돌아보면 좋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넉넉하지는 못해도 빈곤하다고는 할 수 없고, 하고 싶은 것은 그래도 대부분 하면서 살았다. 이제는 그렇게 유유자적 누릴수 있는 시간을 다 써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왔던 지난 몇년을 아이랑 함께 많이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모든 대학원생이 그렇게 시간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돌아보면 그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 감사하게도. 그동안은 정신적인 수고를 약간의 돈으로 바꿔왔다면 이제 앞으로는 물리적인 시간을 상당한 돈으로 바꿔 거둬들여야 할 것이라 것. 솔직히 걱정된다. 6년도 어찌어찌 지나갔으니 앞으로도 어찌어지 살아가겠지. 몸은 피곤한데, 잠이 안 오니 이런 글이나 끄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