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난지 18시간 하고도 30분째

방금 그저께가 되어버린 금요일 목요일나랑 같은 해에 이곳에 온, 그리고 같은 교수님 밑에 있는 한 학생이 디펜스를 마쳤다. 공식적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그는 이제 졸업을 하게 되었으니 곧 내가 울 교수님 학생 중에 가장 늙은 학생이 된다.

그 친구의 마지막 슬라이드는 여러가지 크기의 폰트로 이름이 잔뜩 들어간 것이었는데, 말하기를 자기가 5년간 생활하면서 관계 있는 이름을 담고 있다고 했다. 폰트 크기는 학업과의 밀접함이라던가 뭐라나 (당연히 교수님 이름이 제일 큼), 암튼 내 귀에 들어온 것은 “5년”이라는 것이었는데, 내년 이맘때 나도 이런 것을 해야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그 숫자 5를 들으니, 불현듯 나는 이 학교에서 6년을 보내겠구나 실감이 났다.

국민학교는 중간에 전학을 한번 했으니, 내가 다닌 학교들 중에 가장 오래 다니게 되는 것이다.

이 사소한(?) 충격에 힘입어, 나는 생활을 다시 돌아보며 열심히 살기로 결정을 한다. 우선 딸아이가 활동적이 된 이후 오후에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학교에 일찍 가기로 했다. 그래서 18시간 하고도 30분전에 일어났다. 머리도 안 감고 30분 만에 학교로 나섰다. 2시간 머리를 가장 써야되는 일을 하고, 2시간 작문을 하고, 2시간 코딩을 하고 밥도 안 먹고 집에 오다가 빵을 사고, 밥을 먹은 후, 나름대로 금요일 오전을 알차게 썼음을 뿌듯해 했다.

오랫만에 한국마트에 장을 보러가고, 홀푸드도 들러 저녁을 해결하고 오려는 찰나에 제이슨이 전화를 해서 오늘까지 마감인 학회에 전에 쓰다만 것을 내자고 하길래 그러자고 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자정이 지난 30분 전 까지 허겁지겁 그림을 그리고 작문을 하고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

결론: 아무래도 이렇게 살다간 제 명에 못 살겠다. 내일은 열심히 놀아야지.


4 Comments

  1. 민경이도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니가 고생이 많다~ ”
    .. 하면서 어물쩍 넘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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