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나눌 때 의견이 다르다면, 남의 의견을 받아들일 자세를 가지고 해야되는데
너는 말해봐라 내가 한번 들어봐주지 이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기분이 별로다.
이것보다 살짝 더 기분 나쁜 경우는
말을 받아들이는 듯 하면서 사실은 그냥 즈러밟고 넘어가는 기술이 구사되는 걸 눈치챈 순간이다.
눈치 못채고 나중에 돌아보아 그게 그거였구나 알아차리게 되면 좀 더 안 좋다.
우리 소심한 A형들은 이런 상황을 머리속으로 재생하면서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되뇌인다.
이런 경우가 두 서너번 생기면 부딪치는 말을 하기가 싫어진다.
그냥 아 예, 이러고 말아버리는게 속 편하니까.
솔직하게 이런 얘기 – 대화라면 모름지기 어쩌고 저쩌고 – 를 한다해도
벽에 공 튀겨나오듯 튀어나오리라 알아서 예상해버리고
말해 봤자 소용 없다고 포기해 버리는 것 같다.
남의 말을 인용하자면 (여기서)
왜냐하면 대화는 자신의 터전을 흔드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견해를 바꾸는 것은(터를 흔드는 것 내지 터를 허무는 것)
상대방의 이론이 더 논리적이고 정합적일 때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유연한 자세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이것이 대화의
기본적인 전제이며, 성숙한 인격의 지표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견고한 성을 허물 생각이 없이 그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강요하는
것은 대화가 아닌 설득내지 명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세의 이면에는 일종의 교만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것은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전제입니다. 설득이나, 명령은 결코 대화가 아니며 대화가 부재하는 곳에서는 진정한 소통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과 얘기를 할 때 나도 종종 이런 사람이 되는 것을 느낀다.
잔소리에 소질이 있는 나는 이런 일방통행 같은 대화를 의도적으로 하지 말아야 하는데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