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영어

곧 미국 거주 만 6년째가 된다. 그럼에도, 언어 습득력이 신통치 않은 관계로 여전히 말이 어렵다. 심지어 돈 쓰는 상황의 영어는 어렵지 않다라고 생각하지만, 처음 만나는 환경 – 예를 들면 처음 가보는 종류의 식당 – 에서는 아직도 두근두근한다.

전화 영어는 얼굴이 보이지 않기에 더 어렵다. 언젠가 나보다 유학을 먼저 오신 분이 본인 얘기를 하시길. 전화 한번 해서 물어보면 1분도 안 걸릴 꺼리 – 학교 테니스 코드 개방 시간 – 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있던 자신이 문득 한심스러웠다는 간증을 하셨다. 아주 많이 매우 공감했다. 나 역시 물어볼 것이 있으면 전화 혹은 대면 하는 것 대신 이메일을 쓰곤 하는데, 경험상 이메일은 종종 무시되곤 했었다.

아 예외적인 경험이 한번 있었는데, 그 날은 눈길 운전중에 남의 집 담장을 들이받은 날이었다. 911에 전화하고,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얘기를 하고, 상황이 종료되어 집에 돌아올 때 까지 영어로 떠들었다는 의식을 못했었다. 심지어 전화를 하면서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출동한 경찰관과도 얘기했었는데, 사람이 급하니까 그동안 쌓인 내공이 총동원 되어 발현되었다고나 할까.

암튼 나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전화 영어에 면역이 생긴것은 일주일에 한번씩 있었던 컨퍼런스 미팅 때문이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서부에 있고, 일부 사람은 버지니아 우리 – 교수님과 동료 학생, 그리고 나 – 는 동부에 있는 상황에서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씩 꼬박꼬박 거의 삼년간 참여하다보니 나중엔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처음엔 내 이름이 언제 언급될까 노심초사하며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는데 말이다.

덕분에 구직 활동의 두번째 단계 (첫번째는 이력서작성) 전화 인터뷰에서, “인터뷰”에만 부담을 가지고 “전화”에 대해서는 좀 적게 부담을 가졌었던거 같다. 이제는 전화 영어에 완전히 적응을 해서 다짜고짜 전화해서 해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적고 싶지만 여전히 그렇지는 않고, 그냥 의식적으로 피하지는 않는 수준 정도 되었다. 원래 이 얘기를 적으려던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잠을 안 자는 상황이라 쓸데없는 얘기를 적고 있다. 오늘 일기 끝

3 Comments

  1. 이런 글만 봐도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구나. -_-;
    이넘의 영어 울렁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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