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글을 적은 것이 세달쯤 전인데 그 동안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가끔씩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바쁘게 그리고 게으르게 살다보니 그냥 넘기버리곤 했다.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 그때 적어보고 싶었던 생각이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해도 별 상관없다. 스치는 생각을 다 적어보려고 애쓰는 것도 그 생각을 소유하려하는 것이지 싶다.
지난 세달 사이에 일어난 일 중에서 가장 큰 사건을 꼽아보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일일터이다. 솔직히 그 동안 글을 적지 않았던 동기도 그 사건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봐도 내가 왜 그리 마음이 심란했었는지 잘 모르겠다. 노빠도 아닌데. 사는것이 덧없다는 생각을 했다. 울었다. 그 때 충분히 울지 않아서 그런건지 이후로도 이따금씩 마음이 아프다.
내일은 아침 일찍 학회에 갈 예정이다. 모레는 발표를 할 예정이다. 그 자료를 만들고 있는데, 너무 너무 하기 싫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어쩌다 나는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을까.
딸내미가 약간 다쳤다. 바로 몇 발짝 앞에서 넘어졌는데 운이 없어서 손이 까지고 피가 났다. 화가났다. 수련회에 오지 말았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남탓과 상황탓에 매우 뛰어나다. 날이 선선했지만 나는 아이를 따라 다니느라 더웠고, 그 상황은 몹시 짜증스러웠다. 나는 왜 여기에 왔을까.
수련회에 온 교수님 얘기, 솔직히 갑갑했다. 그 이유는 대강 알것도 같다. 주입식 교육에 항체가 생겨버렸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