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소속되었으나 별개로 여기던 두 공동체의 일원이 모처에서 회합을 가졌다고 한다. 나는 배제된 상태의 만남이었으나 의도된 바는 아니었고, 혹시나 하는 예상이 맞아들어가니 재밌더라. 실은 한 반년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관계를 지향하는 성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미 살아온 날들이 많은 고로, 내 주위로 밴다이어 그램을 그리라치면 꽤나 복잡해진다. 학교모임, 교회모임, 직장모임 등등. 나를 가운데 고정하고 각 모임마다 타원을 길죽하게, 나를 한 귀퉁이에 포함하도록 그린다. 꽃모양을 상상하자. 그런데, 그 꽃잎 두개의 끄트머리가 스르륵 늘어나서 겹쳐지는 장면이 그려진다. 오래 살다보니 이런 재밌는 일이 생긴다.
사람은 꽤나 안 변하지만, 십년쯤 전의 나를 생각하자면 바뀌긴 바뀌는 것 같다. 이십년전의 나는 그곳에 놀러다녔고, 십십년전의 나는 그곳에 꽤 열심이었고, 지금의 나는 그곳에 맹숭맹숭하다. 십년쯤전에 나를 거기서 자주 본 사람은 내가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되면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요즘 거기서 나를 자주 만난 사람은 십년전에 내가 그런 사람이었음을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진화해 온 것 같은데 그건 나만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지금 이런 생각하는 것도 나중에 생각하면 웃기지도 않을지도 모른다.